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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 들어오신 분에게 ‘어떻게 오셨나요?’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꺼낸다. 개방형 질문으로 문진은 시작된다. 어딘가 불편하거나 바라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직접적인 표현과 본인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렇게 묻는다.
환자의 불편함 혹은 궁금증에 대해서 이야기가 끝나면 ‘산부인과 기본 인적사항’을 묻기 시작한다. 인적사항에 따라서 상담 내용이 현저하게 바뀌기도 한다.
HOW OLD ARE YOU?
질문을 하면서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환자의 나이를 옮겨 적는다. 나이를 이용하여 ‘초경 이전, 청소년기, 가임기, 갱년기, 완경 이후 (폐경기), 노령’을 먼저 파악하게 된다. 의학의 발달 때문인지 화장의 발달 때문인지 눈썰미가 없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얼굴로 나이 맞추는데엔 잼병이다. 20대 같은 40대, 그리고 50대 같은 70대. 몇 번의 실수 이후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그 분들은 입이 귀에 걸릴만큼 매우 기뻐하셨지만…)
그리고 50대 여성이 1~2살 차이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실제 생년월일과 출생신고 일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번은 그랬다. 이름도 같고 나이도 같은 환자가 들어왔던 것이다.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이전의 기록과 너무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이상하다고 느낀 나는 생일이 언제냐고 물었다. 차트의 환자는 진료실의 그 환자와 동명이인의 다른 동갑의 사람이었다. 일종의 의료사고다.
HOW MANY?
환자의 불편한 점과 나이를 제외하고 가장 처음에 묻지만 가장 마지막에 묻고 싶은 것은 임신/출산력이다. 참 무엇이라 묻기가 참 낯설다. 여의사가 물으면 조금 덜 민망할까? 난 남자가 아니라 의사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지만, 질문 받은 분 표정을 바라보는게 늘 낯설다.
출산한 적 있으세요?
우회적으로 다른 질문을 먼저 한다. 출산한 적 있으시냐? 자녀가 있으시냐? 등의 질문이다. 한국의 어느 여성도 성관계 없이 출산한 적은 없을테니깐 말이다. 하나의 질문으로 성관계 여부, 임신 경험, 결혼을 했었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게 되었다.(물론, 가능성만 알 수 있다. 기혼 이외에도 미혼, 이혼, 재혼, 사별 등 다양한 형태의 결혼 상태가 존재한다. )
‘출산하였다 혹은 자녀가 있다’라는 답변을 들게 되면 유산과 조산에 대해서 물어볼 필요성이 줄어든다.(물론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 임신 중인 여성에겐 더 자세히 물어야 하지만…)
하지만, 출산한 적이 없다면 다시 물어봐야한다. “임신은 한 적 있으신가요?”
출산한 적도 없고 임신한 적도 없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 질문은 산부인과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질문이다.
SEX?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대학생 시절 ‘친구’에게 조심스레 물어본 적이 있다. 너 섹스해봤냐?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민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30대의 젊은 여성을 바라보면서 묻는 질문은 아무래도 민망하다. 개인적 호기심이 아닌 의학적 질문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무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리곤 재빨리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본다.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은 있는 여성대로, 성관계 경험이 없는 여성은 없는 여성대로 대답함에 불편함이 있다. 그리고 나도 불편하다.
30대 여성에게 “섹스 한 적 있나요?” 라고 물어보기 싫은 30 대 남자 산부인과 의사의 기도 중 하나는 ” 제발 출산한 적 있는 엄마이길…. “이다.
저출산이 해결되어서 많은 엄마들이 생겨나서, 성관계 여부를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그 날이 오기를 조심스레 기다려본다.
ps1. 위 글은 기승전 저출산 해결을 바라는 개인 소망 글
ps2. 필요하지 않으면 안 물으시는 현명한 선생님도 있다. 출산력은 안 물어봐도 되지만, 성관계 여부는 검사에 따라서 꼭 물어봐야할 때가 있다. 내가 궁금한게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