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굴욕 #2 제모와 회음부 절개

안녕하세요. 한 ‘여자’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입니다.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3대 굴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3대 굴욕-관장과 내진2

Part I. 임신준비부터 출산까지!!』 中 83번째 이야기
임신준비-출산-가로줄

  • 제모
  • 회음부절개
  • 굴욕 3종세트 꼭 해야될까?
  • 도뇨관(소변줄) 삽입
  • 개인적인 의견

3. 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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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왁싱 아니다…

‘낯선 누군가가 내 음모와 항문주위의 털을 깍아준다’는 것은 상당히 심적 부담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분만을 하는 동안 찢어지는 부위와 회음부 절개부위를 꿰매기 위해서는 필요합니다. 찢어진 부위가 크건 작건 간에 상처가 난 부위이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은 있습니다. 이런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시행되는 절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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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과 세균

털과 모낭에는 피지와 이물질들이 많아 세균이 잠복하기 쉽고, 회음부 절개를 하기 위해서는 질과 항문주위 쪽 제모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분만에 의해 찢어진 부위나 회음부절개를 한 부위를 꿰매야는데, 제모가 안된 상태에서 꿰매면, 털들이 실 사이에 끼여서 꿰매는 시간 자체도 늘어나게 됩니다.(저만 그런가요?ㅎㅎㅎ;;;) 수술시간이 길어지면 그 또한 감염의 위험이 올라가게 됩니다.

제모는 불편하고 굴욕(?)적이긴 하지만, 털은 다시 자라니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너무 부담을 가지지 않는게 어떨까요?

4. 회음부 절개

회음부 절개에 대해서는 3대 굴욕이라고 하는 분도 있고, 오히려 무조건 포함시켜야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회음부절개에 대해서 우선 알아보겠습니다.

회음부절개(episiotomy)

회음부는 여성에서 질과 항문사이를 칭한다. 출산 시 아기의 머리가 질 사이로 3~4cm 크기로 보일 때 회음부의 피부와 내부 근육까지 3~5cm 정도 절개하며, 일반적으로 출산시에 발생하는 중증열상(severe laceration)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하며 절개 후 아기가 나오면 그 부위를 다시 꿰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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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도중에 질과 주변 조직 그리고 심한경우 직장&항문까지 찢어질 때가 있습니다. 찢어진 부분은 꿰매주면 되지만 회복하는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절개하여 심각하게 찢어지는 것을 막고 분만을 용이하게 하는 것을 회음부 절개라고 합니다.

이러한 시술을 왜 하는 걸까요?

회음부 찢어짐(회음부 열상)은 어느 정도 찢어졌느냐에 따라서 4단계로 나누지만, 간단하게는 항문괄약근이 손상되었느냐를 기준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 1도 열상 : 질과 회음부 피부의 손상
  • 2도 열상 : 회음부 근육의 손상이 있으나 괄약근은 무사한 상태
  • 3도 열상 : 괄약근의 손상이 있는 경우
  • 4도 열상 : 괄약근의 손상이 있으면서 항문 안쪽까지 손상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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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도중 아기 머리가 나오면 회음부가 찢어지게 됩니다. 1,2도 열상은 문제가 없으나 3, 4 도 열상이 발생하는 경우 예전에는 과다 출혈, 감염, 변실금, 직장질누공 등의 합병증이 더 발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산모에서 회음부 절개를 시행했습니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겪게 하느니 일정부분을 절개해서 꿰매주었던 것입니다. 특히 초산부와 동양인은 더 잘 찢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한국을 비롯한 동양국가에서는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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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도, 4도 열상에서 항문 손상

분만 이후에는 온좌욕을 시행하게 되고, 좌욕은 국소부위의 불편감을 줄여주고 혈액순환을 증진시켜줌으로서 회복을 돕게 됩니다. 꿰맨 부위는 대부분은 1주일내 통증이 줄어들고 잘 치유되고, 분만 3주후면 거의 증상이 없어집니다. 회음부는 대부분 큰 문제 없이 잘 아물게 되지만, 드물게 꼬맸던 부위가 벌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재봉합을 시행하기 도 합니다.

분만 후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너무 심하다'면 의료진에게 알려주세요!

5. 산모 3종 굴욕 꼭 해야만 하나?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많은 산모들은 이러한 과정들이 두고두고 부끄러웠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출산하고 만족했었던 엄마들도 굴욕 세트 중에 하나라도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처치자체의 불편함 뿐만 아니라 처치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심각하게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사회 문화와 의료 문화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안하니깐 우리나라도 안하겠다’라고 결론 내릴 수도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회음부 절개의 경우에는 한국인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답은 없습니다. 회음부 절개를 시행여부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하고, 관장을 하지 않았을 때 분만 중에 대변이 나올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담당의의 의견, 산모와 아기의 건강상태, 산모의 의견 등이 함께 고려되는 분위기에서 시행 여부가 결정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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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도뇨 (소변줄 꽂기)

분만속도가 생각보다 느려서 진행이 안될 때가 있습니다. 소변을 진통이 규칙적으로 오고 자궁경부가 많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화장실’에 가서 소변이나 대변을 보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일 상황이 적절해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았다 하더라도, 소변이 나오는 통로가 압박으로 눌리게 되어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없고, 방광에 남은 소변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의 머리가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 그 순간!에는 산모가 “힘을 주고 있고, 아기의 머리는 방광을 누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소변이 나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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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듯이 소변이 가득 차있어서 방광이 팽창 되어 있으면 산도를 압박하게 되기 때문에, 소변을 빼주는 것은 효과적인 분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7. 제 의견은?

3종 굴욕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산부인과 의사선생님과 다를 수 있으며, 추후에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 관장, 분만 도중에 대변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내진, 간편하면서도 비용도 들지 않는 검사이고 분만진행상태를 즉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서 시행은 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해야하겠습니다.
  • 제모, 혹여 찢어지는 부위나 회음부 절개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회음부절개, 인종과 국가에 따라서 시행 빈도가 차이나긴 하지만 최근에는 줄어드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양인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고, 한국인에 대한 자료는 더더욱 부족합니다. 산모와 아기의 상태 그리고 담당의의 스타일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회음부 절개를 하기 싫으시다면, 분만전에 담당의와 분만계획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회음부 절개가 필요한 상황

  • 심하게 찢어질 것 같다고 생각이 되는 경우 (초산, 아기의 체중이 큰 경우 등등)
  • 아기가 내려오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경우
  • 견갑난산(어깨가 산도에 걸린 경우)
  • 아기의 난산으로 기구를 이용하여 분만을 진행하는 경우 (흡입분만, 겸자분만)
  • 산모가 지친 경우
  • 아기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2개의 포스팅을 통해서 분만 중 받게되는 여러 처치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오히려 분만이 더 무섭게 느껴질까봐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분만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고, 어떠한 처치를 왜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알수록 ‘출산’이라는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분만을 앞두고 있는 걱정하는 산모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임신하고 행복하게 출산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상 포해피우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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