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여행과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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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여행과 교통사고

안녕하세요.
한 ‘여자’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요즘은 여행상품도 많고, 교통편도 많이 좋으니깐 왠지 놀러 다니지 않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 중이라면 왠지 멀리 나서는 길이 조심스럽지는 않으신가요? 임신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행을 못 간다면 너무 속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교과서이나 논문 어디에서도 ‘여행을 다녀야 엄마가 건강해진다 혹은 아기가 건강해진다!’와 같은 내용 또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집에 얌전히 있는 게 ‘최고의 선택’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산모도 맑은 공기 맑은 물, 맛난 음식 먹으러 다녀야 아기에게도 좋지 않겠습니까? 아기 낳고 나면 한동안 잘 다니지도 못할 텐데 말입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서 말씀드릴 내용은 ‘산모의 여행 그리고 교통사고’입니다.

33세 아내, 30세 산부인과 의사 남편

✔본문의 대화는 아이 출산 경험에 의거한 'Fact'에 'Fiction'을 가미한 Faction입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산부인과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였지만, 의학적 내용은 계속 수정&발전되니 참고 바랍니다.
✔모든 산모는 개개인에 맞춘 진료가 필요하니, 최종 결정은 지정의와 상의 후 신중히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인 가치관이 반영되어있으니 감안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어어엉말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나: 어~ 오랜만이야. 잘 지내?

친구: 응. 잘 지냈지. 근데 갑자기 하나 물을 게 있어서 전화했어. 통화 괜찮아??

나: 뭐든지, 언제든지 물어도 돼

친구: 오늘 와이프랑 제주도에 놀러 왔는데, 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생겨서….

나: 산모가 어디 앉아 있었고 어떻게 박았어? 그리고 임신 몇 주야?

친구: 와이프가 직접 운전하고 싶대서, 운전시켜줬거든 근데 접촉사고가 나서 배를 조금 운전대에 부딪힌 것 같아 ㅠ_ㅠ

나: 음… 배는 안 아파해? 아래로 피나지는 않구?

친구: 응. 살짝 부딪혀서 그런지 괜찮다는데?

나: 병원에 그래도 조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검사받는데 조금 시간을 걸릴 거야.


1. 산모와 여행

일단 국내 여행은 좋은 것 같습니다. 거리도 멀어도 3-4시간이면 웬만한 곳이면 다닐 수 있고 원하는 시점에 멈춰서 휴게소에서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신성 구토가 있는 임신 초기와 몸이 많이 무거운 임신 말기에는 장시간의 여행은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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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는 혈전증의 위험이 일반 여성보다 증가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있게 되면 혈전증이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시간의 차량 운행으로 산모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장시간 운전이어도 1~2시간마다 차에 내려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움직여주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그리고 산모의 상태 혹은 아기의 상태는 급변할 수도 있으므로 여행지에서 산모가 도움받을 수 있는 종합병원 혹은 대형 산부인과의 위치를 파악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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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통사고가 난다면?

사고에 산모 예우는 당연히 없습니다. 누구든지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셔야 하고 산모인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무려 3%의 임신 여성이 매년 교통사고를 겪는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그리고 교통사고는 산모뿐만 아니라 아기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에 항상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고, 여행을 가는 장소의 산모가 도움받을 수 있는 산부인과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하나의 팁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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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받을 수 있는 종합병원 혹은 대형 산부인과의 위치를 파악하고 여행을 떠나자

3. 산모도 역시 안전벨트를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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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여부와 상관없이 벨트를 꼭 착용해주세요.

일반인들에게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을 때는 사망률이 무려 4배나 됩니다. 산모에게도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벨트는 기본입니다. 배가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벨트 착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간혹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기본적인 착용법은 같다고 생각하면 되나 배가 많이 나온 경우에는 배 아래로 벨트를 지나가게 착용하시면 됩니다. 이러한 벨트 착용법은 운전대에 배가 부딪힌다거나 복부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춰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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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모의 교통사고

산모의 상태가 안 좋을 정도의 교통사고라면, 당연히 아기도 안 좋습니다. 산모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미한 교통사고, 접촉사고에도 아기에게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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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에 배가 부딪히거나 몸이 튕겨졌다가 돌아오면서 관성에 의해 자궁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하지만, 초기와 중기에는 위 그림과 같은 결과가 나타날 확률이 다소 적습니다.

운전대에 부딪히면서 태반조기박리(Placental abruption)가 발생할 수도 있고, 자궁이 충격에 의해 요추와 미추에 부딪히면서 태반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반조기박리와 태반 손상은 질출혈을 동반할 수 있으며, 질출혈이 있음은 태반에서 발생한 출혈의 가능성이 있어서 즉각적으로 산부인과의 진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피가 자궁 안에서만 나서 밖으로 피가 흐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질출혈의 유무 하나만으로 진료여부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 태반 조기 박리( PLACENTAL ABRUPTION)
    태아가 분만되기 전 태반이 자궁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 아기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며 더 나아가 심각한 산모의 전신반응( 쇼크, 소변 감소, 패혈증)을 동반할 수 있다.

5. 산부인과 진료를 빨리 봐야 하는 경우

진료를 안 봐도 되는 기준은 딱 말씀드리기 쉽지 않지만 진료를 급히 봐야 하는 경우는 명확합니다. 질출혈이 있거나, 양수가 흘러나온 경우, 이상하게도 아기가 너무 조용하거나 태동이 감소한 느낌이 드는 경우, 배가 뭉치거나 복통이 생긴 경우에는 최우선적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보는 게 좋으며, 가능한 규모가 있는 산부인과 혹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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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산부인과를 방문하면 어떻게 되나요?

산부인과에 방문하시면, 아기의 건강상태를 초음파 혹은 태동검사를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산모의 질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진을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의 현재 건강상태(well-being)는 엄마의 상태와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를 위해서도 아기를 위해서도 일정 시간 이상의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아기의 상태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지만, 보통 4시간 이상의 태동검사 및 수축 검사로 실시하게 됨) 자궁수축이 있다거나, 태동검사 및 초음파상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되면 검사시간은 더 늘어나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 자궁수축 억제제를 사용하거나 응급제왕절개까지 시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산모님들 교통사고 나지 마세요. 그리고 제주도 운전 조심하세요”


 

임신을 원하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임신하고 행복하게 출산하길 기원합니다.
이상 @forhappywome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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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1.https://ko.wikipedia.org/wiki/%ED%98%88%EC%A0%84%EC%A6%9D
2.Berek & Novak’s Gynecology. 15th edition.
3.Clinical Gynecologic Endocrinology and Infertility 8th Edition.
4.Williams Obstetrics. 24th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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