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여자’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입니다.

힘든 직장 생활을 하고 주말이 돌아오면 왠지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지는 않으세요? 임신 중이면 스트레스도 안 받고, 늘 행복하지 않겠죠? 여행을 한 번씩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차로 다니는 산모의 여행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에서 이야기해두었으니,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산모라고 국내 여행만 다니란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업무상의 이유로 해외로 출장을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비행기라니 ‘하늘 높이 날다 보니 압력의 변화도 있을 것 같고, 오랜 시간 앉아서 가야 하니 타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지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비행기로 떠나는 해외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임신 중에 여행이라고 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있으시죠?

“여행을 떠나도 됩니까?”

네. 여행 떠날 수 있습니다. 저도 임신 중이던 아내와 하와이 잘 다녀왔습니다!

비행기는 6000 ~ 10000m 정도의 상공에서 비행을 하게 되는데, 높은 고도에서는 기압이 매우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 내부에는 기내 압력을 조절해주는 장치가 있게 됩니다. 이 장치 덕택에 산모 또한 안전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것입니다. 비행기가 기내 압력만 조절을 잘해준다면! 36주 이전에는 안전하게 떠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행의 고려 사항

임신 중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할 때는 가장 우선적으로 3가지를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씩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여행을 어디로 떠날까?

2. 여행을 언제 떠날까?

3.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여행을 어디로 떠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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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 여행 동선 짜기

여행을 가기로 결심하셨다면, 떠나는 국가와 여행 장소를 정해야겠습니다. 국가를 정하는 것은 최소 2가지를 꼭 고려하면서 정하면 좋습니다.

 

하나씩 같이 살펴볼까요^^

1.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

2016년에 지카 바이러스가 태아의 ‘소두증’을 발생할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주의하라고 강력한 발표를 했었습니다. 이후 2년 정도 지나면서 지카 바이러스의 공포가 다소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소중한 아기를 위해서 ‘소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카 바이러스 유행지역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카 바이러스와 여행지 감염병에 대한 최신 정보는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 및 해외여행질병정보센터(travelinfo.cdc.g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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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질병관리본부, WHO(IHR) 등 (2018.03.22 기준)

2. 거리와 비행시간

지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국가를 몇 군데 정해보셨나요? 이젠 비행시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장시간의 비행은 흔히 말하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과 심부정맥혈전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비행시간이 2시간이 늘어날 때마다 18%의 혈전증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
  • 비행시간이 8~10시간 이상일 때 가장 많이 발생함
  • 4시간 이상의 여행에서도, 창가에 앉거나 움직이지 않는 경우 위험이 증가함
  • 4시간 이상의 여행에서 4600명 중 증상이 있는 환자는 1명 정도, 증상 없는 혈전증 환자는 0~1.5% 발생

임신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장기간의 비행 시에는 심부정맥혈전증의 위험이 증가하지만, 산모는 이러한 심부정맥혈전증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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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정맥혈전증 from shutterstock.com
  • 심부정맥(Deep vein) : 피부에서 보이지 않고 깊숙이 위치한 정맥 혈관
  • 혈전증 (Thrombosis): 혈관 내에 혈전이 형성되는 현상으로, 순환계통을 통하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한다. 형성부에서 떨어져 나와 몸을 떠돌아다니는 현상과 물질은 각각 색전증과 색전으로 부른다. [1] 이렇게 생긴 혈전이 정맥-대정맥-심장을 통해서 폐혈관을 막게 되는 경우 폐색전증이라 하며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하다.

한번 앉으면 꼼짝 않는 당신… 혈관 막는 ‘피떡’ 조심하세요, 2014-10-21, 한겨레, 김양중 기자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국가로 여행을 가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마땅치 않다면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보도록 합시다.

✅창가 자리보다 복도 자리를 이용한다.

  • 자주 움직이기에 편리하고 다리를 폈다가 접기에도 용이하고 발목과 종아리를 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창가 자리에 비해 혈전증의 위험도 낮습니다.
  • 사실 산모에게 가장 좋은 자리는 비상출구 자리입니다.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상출구 자리는 비상사고가 있을 경우 다른 탑승객의 탈출을 도울 수 있는 분들을 위한 자리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2~3시간 간격으로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인다.
✅틈틈이 발과 발목을 굽혔다 펴는 등 움직이도록 노력한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발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피의 순환을 돕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주의하고 여행 이전에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에 해당하는 산모의 경우에는 혈전증의 위험 올라갈 수 있습니다.

  • 최근 수술한 경험이 있는 산모
  • 예전 혈전증을 겪은 적이 있는 산모
  • 암이 있는 경우
  •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등

그 외에도 산모가 가지고 있는 병이나 현재의 임신상태에 따라서도 여행을 삼가도록 권유받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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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경미하게 있는 경우도 많으나 폐색전증과 같이 심각한 경우 산모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거나 불편한 느낌이 든다면 귀국 후에 혹은 여행지에서 진료를 보셔야 합니다.

  • 다리 피부색이 바뀐 경우
  • 갑자기 다리 부종이 심해진 경우
  • 걸을 때 발생하는 종아리 통증이 있는 경우

여행을 언제 떠날까?

여행은 날이 좋은 날 그리고 휴가 때 떠나야겠지요? 우리에게도 도깨비 김신(tvN 도깨비 中 공유 역)이 있어서, 문만 통과해서 다른 나라에 갈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 없을 텐데요… 날씨가 화창하고 여행 가기 좋은 날 정하셨나요? 그럼 의학적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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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이 좋아서 해외로 놀러가고 싶습니다 TVN 도깨비 中

1.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는 주수

교과서적으로는 임신 36주 이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임신성 구역이 조금 사라지고 임신에 익숙해진 14주~ 30주에 여행을 다니면 좋습니다. 입덧도 많이 줄어들어서 원하는 식사도 할 수 있는 편이고 진통이 발생해서 출산을 할 확률도 높지 않기 때문이죠.

2. 항공사별 탑승 가능 주수가 다르니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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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을 최소로 하기 위해 산모의 탑승 시에는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항공사마다 가능 주수가 조금씩 다르고, 서류도 조금씩 다르니 개인이 구매한 항공권의 항공사를 꼭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난임시술과 보조생식술의 혜택을 받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쌍둥이도 많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쌍둥이와 삼둥이 같은 경우(다태아)에는 아기가 한 명인 경우에 비해 4주 정도 빠른 점도 알고 계셔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아야 할 것은 돌아올 때 임신 주수도 고려해서 받아야 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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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도 예상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임신부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지요. 하지만 산모에게 일이 발생하면 조금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해서 조금 넉넉하게 챙기는 게 좋겠지요? 그리고 응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의 위치 정도는 여행 준비할 때 함께 알아두세요. 그 외 산모에게 필요한 물품들은 경험 많은 분들이 작성한 블로그를 통해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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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하는 산모를 위한 TIP

  • 여행하는 동안 절대 무리하지 않습니다.
  • 골반과 혈관에 압박을 줄 수 있는 꽉 끼는 옷을 입지 않습니다.
  • 급격한 체온 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온에 유의할 만한 옷을 추가로 가져갑니다.
  • 계속 앉아있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정맥혈전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더 높습니다.
  • 충분히 익혀서 드시고, 불안한 음식은 절대 시도하지 않습니다.
  • 산모가 사용할 수 있는 비상약들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 산모는 인천공항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인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이용할 수 있으니 체크인할 때 꼭 잊지 마세요.
  • 금속 검색대는 자기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혹여 걱정이 되신다면 신체검사(Pat-down)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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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로 벨트를 착용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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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모든 산모님들 여행 중 식중독 안 걸리도록 주의하시고, 물은 꼭 사서 드시면서 익힌 음식 챙겨 드세요.

그리고 여행지에서 갑자기 발생한 질출혈, 양막 파수, 조기진통, 조산 등은 절대 산모님의 여행 때문이 아닙니다. 죄책감에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여행 별일 없이 잘 다녀오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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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원하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임신하고 행복하게 출산하길 기원합니다.
이상 @forhappywomen이었습니다.

References>

  1. https://ko.wikipedia.org/wiki/%ED%98%88%EC%A0%84%EC%A6%9D
  2. Berek & Novak’s Gynecology. 15th edition.
  3. Clinical Gynecologic Endocrinology and Infertility 8th Edition.
  4. Williams Obstetrics. 24th Edition
  5. Prevention of VTE in Nonsurgical Patients, Kahn, Susan R. et al. CHEST , Volume 141 , Issue 2 , e195S – e226S

3 댓글

  1. 안녕하세요 자세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5주차 산모고 5일뒤 미리 계획해놨던 여행이 있어 고민중입니다. 휴양여행이고 편도 5시간 거리네요. 미국에 있어 첫 진료날짜가 9주차라 어디에 물어볼 데가 없네요. 임신 초기의 여행이 태아의 건강에 영향이 없다고 하는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 의학적으로 비추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 안녕하세요. 임신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질출혈, 유산, 복통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시라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중간중간에 쉬면서 간다면 크게 무리가 안되리라 생각됩니다.

      혹여 비행기 여행이라면 중간중간에 움직여주고 다리 운동만 잘해주시면 되겠습니다

  2. 안녕하세요. 장거리 비행이라도 누워서 갈 수 있는 비즈니스 좌석이라면 임산부 혈전증의 우려가 적은지, 혹은 비즈니스 좌석에서도 2~3시간마다 운동이 권고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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