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나이가 많아 보였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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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나이가 많아 보였던 그녀…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꾸밈없이 담기 위해서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환자의 나이, 아기의 임신 주수 등의 개인정보는 환자정보 보호를 위해 약간 변경하였습니다.

산부인과 의사가 임신 테스트를 하는 것은 정말 일상다반사이다. 의사에게 사실만을 말해주시는 분들에겐 너무나도 죄송한 일이나, 임신 가능성이 없다는 환자의 말은 믿지 않을 때가 많다. 성관계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 여성이 아닌 이상, 약을 처방하기 전, x-ray와 CT 같은 방사선이 나오는 검사를 시행하려고 할 때는 ‘혹시… 모르니 검사해보자’하고 시행해보는 편이다. 설마 임신이겠어요?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지만, 몇 번의 경험을 겪고 나서는 ‘설마’를 머리 속에서 절대 놓지 않는다.


첫 번째…


산부인과 수련을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나 산부인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전공의 2년차 때였다. 초음파실에서 초음파를 보던 보직을 맡았던 평소와 마찬가지로 수십명의 환자 초음파를 보던 중이었다. 그 병원에서 근무하던 그녀는 당시 49세로 5~6개월 동안 생리가 안 나와서 진료를 보러 왔던 분이었다. 교수님 외래에서 문진한 정보와 그녀의 49세라는 나이를 확인하곤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49세에 무월경 6개월, 폐경(완경)이겠지…

초음파 검사를 대기하고 있던 그녀는 “폐경(완경)인 것 같아요.”라고 말을 했는데, 내가 확신을 하듯, 그녀도 폐경(완경)을 확신하는 듯했다. 자궁에 근종이 없고, 난소가 잘 보이고 이상한 병변이 없길 바라며 질초음파 검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과 달리 화면을 보고 있던 나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자궁 안에 움직이는 아기가 보이던 것이다. 하지만 질초음파로는 아기의 모습을 완전하게 담을 수가 없어서 복부초음파로 바꿔서 보았는데, 16주 정도 크기의 아기가 자궁 안에 있었고 양수에서 수영을 하며 잘 놀고 있었다.

 49세 폐경이 의심스러워서 오셨던 분이 아기의 엄마라니…  그녀에겐 20대의 자녀들이 있어서 터울이 20살이 넘어버렸다. 폐경(완경)이라 생각하고 방문한 그녀와 폐경(완경)을 예상하며 초음파를 검사하던 나는 예상 못했던 결과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을 뿐이었다. 임신 전 검사와 임신 초기 기형아 검사를 비록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후로 필요한 검사들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임신 중기 기형아 검사와 임신성 당뇨 선별검사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나이가 있어 자연분만엔 자신이 없어서 제왕절개로 분만을 하게 되었고, 분만 후에 확인한 아기도 너무 건강했다.


두 번째…


다음으로 겪었던 경험은 몇 년이 지나 이전의 충격이 잊혀 갈 때쯤 겪게 되었다. 대학병원에서 나와 일반 외래를 보는 곳에서 근무를 할 때였는데,  43세의 여성이 월경이 3개월째 안 나오고 컨디션이 조금 안 좋다고 방문했다. 문진을 통해서 그녀가 현재 아기가 한 명도 없으며 이전 시험관 아기 난임시술을 수차례 시도하였으나 모두 실패한 경험이 있음을 알게 된 나는 그녀의 폐경(완경)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녀가 집에서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도 임신확인을 우선적으로 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질초음파 검사를 시작하던 나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아주 작은 아기가 자궁이 있던 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기의 크기를 재고, 아기의 심장이 뛰는 것을 그녀에게 보여주었고, 아기 사진을 찍어서 산모에게 주었다. 시험관 아기 난임시술에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 한마디에 나는 성급하게 잘못된 결론을 내렸었던 것이다. 다행히 최종적으로는 오진하지 않았지만, 운이 좋아서 발견했던 것뿐이다. ‘만약 초음파로 관찰되지 않는 임신 주수였다면… 얼마나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울 따름이다. 분만을 하지 않는 병원이기에 분만할 때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조금 주수에 비해 작은 것 말곤 건강하게 잘 분만했다고 알려주었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좋은 일이다.

40대 중/후반이라는 나이 조건 때문에 폐경(완경)이라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사실, 교과서적으로는 나이에 상관없이 무월경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의심하고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하는 검사는 바로 임신 검사이다. 하지만 40대 여성에게 임신 가능성이 없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왠지 모르게 나에겐 너무 낯설다. 임신을 하는 평균 연령과 조금 동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임신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35세의 산모가 진통을 겪으면서, “너무 힘들고 수술하고 싶다”라고 교수님께 말을 했는데, 교수님은 “아니야~ 엄마는 젊은 편이야~”이라고 말씀해주시던 게 기억난다…

배움이 더 필요한 단계 의사이지만 언젠가는 위와 같은 실수없이 더 많은 여성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선사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진료실에서 늘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

THE MEDICINE IS THE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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