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해피우먼, 그 시작에 대해서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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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해피우먼, 그 시작에 대해서5 min read

ID : 포해피우먼 과 Website : 포해피우먼 닷컴 의 시작

‘안녕하세요, 포해피우먼입니다’ 로 글을 시작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포해피우먼’입니다.

아내에게 짜증내는 못된 남편, 딸에게 책도 안 읽어주는 못된 아빠, 엄마에게 효도도 잘 못하는 못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디를 ‘포해피우먼’으로 늘 씁니다.웃기죠.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샌다’는 말도 있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옛날 말만 봐도 가정에서 잘 하는 사람이 밖에서도 잘한다는 건 누구나도 잘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어찌 감히 안에서 새는 바가지인 제가 여성의 행복을 왜 언급하는 것일까요?

왜 이래 너? 산부인과 포해피우먼성(性)과 관련된 단어나 여성이 포함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유에서 ‘여성의 행복’을 추구하고 노력하기 위해서 사용한다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산부인과 의사가 왜 여성의 행복 타령을 하느냐?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대답해주는게 인지상정!
요즘 세상엔 다양한 맨(men)과 우먼(women)들이 있지요. 슈퍼맨, 배트맨을 비롯하여 아이언맨, 원더우먼, 씨크릿우먼 등. 다양한 분들이 맨과 우먼이 되는 반면, 찬밥신세인 ‘남자 산부인과 의사’인 제가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5글자나 되는 포해피우먼 을 아이디로 정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포해피우먼 닷컴’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면, 쑥스럽게 한마디 합니다. 산부인과 의사잖아… 너무 거창한 것만 같아 매우 부끄럽지만 제 아이디를 정하던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gmail을 만들려고 했을 때 유일하게 만들 수 있었던 아이디란 사실은 안비밀

포해피우먼 을 영어로 쓰면 ‘for happy women’이지요. 말 그대로 ‘행복한 여성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한글로 5글자(영어로는 무려 13글자 )안에는 제가 전공의시절 때부터 생각했었던 바가 담겨있습니다.

남자산부인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보러가기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한 여성의 행복

임신 출산 산부인과 제왕절개 수술

출산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종종 올라오고, 법정 소송도 많이 발생합니다. 저도 의사이지만,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30대, 사랑의 결실로 아기가 생기고, 함께 보낼 삶을 10개월간 꿈꿨는데, 갑자기 발생한 의료사고 앞에 무너지지 않을 남편 어느 누구 없습니다. 비록 저에게 그러한 일이 발생했을때, 의료진이 과실이 0%라 판정날지라도… 분노의 화살이 의료진을 향하지 않으리란 보장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병원에서 같은 삶을 살면서도 그렇게 느끼는데, 비의료인의 입장에서는 더 심하면 심했지, 이해를 더 잘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남편을 위해서,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우리 의료진들을 위해서 산모는 건강해야합니다. 그리고 아무 문제없이 출산하여야합니다. 그래야 해피우먼이 될 수 있고, 결국엔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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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에서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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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계획중인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장내 심한 스트레스, 남편의 비협조, 시댁 및 주변의 임신강요로 늘 스트레스 받았습니다. 하루하루가 슬프고,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옆에 있는 이 남자가 ‘남편’인지 ‘남의 편’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 임신은 원인도 모른 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말은 직접적으로 안하지만, ‘여성’의 나이만 강조하는게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모든 주변의 압박은 그녀를 더 힘들게 했지만, 난임진료를 통해서 그녀는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아기가 생겼던 것이죠. 그렇게 그녀는 다시 밝아졌습니다.

차트에 쓰여져있는 출산력(parity)에 대한 기록은 여성의 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삶을 예상해볼 수 있게 하였죠. 이전 남편과 결혼하여 출산한 아이가 있지만 시부모님은 모르게 해야 한다든지, 자연유산만 5번해서 병원에서 검사를 할 때마다 아기가 괜찮은지 겁이 난다 말하던 산모, 위의 아들이 3명이어서 간절하게 딸을 기다리는 엄마라든지. 혹은 그 반대라든지…

건강한 임신과 건강한 출산이 인생의 최종목표는 아니겠지만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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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질환 그리고 여성의 노환

노화 여성

제가 전공의 수련을 받았던 병원은 임신 및 출산과 연관된 산과 뿐만 아니라 여성질환(양성종양과 악성종양)의 진단부터 치료까지 그리고 임종까지 관리해주던 병원이었습니다. 수련 과정 중 상당부분을 ‘암’으로 투병하는 분들과 ‘질병’으로 치료받는 분들의 삶에 관여하고 간접적으로 겪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수련의 과정에서 엄마의 질병이 온 가족을 병들고 약하게 만드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하루 2번씩 도는 회진 때 마다 찾아 뵙는 환자의 모습은 늘 비슷했습니다. 치료에 힘들어서 기운이 없거나 혹은 증상이 호전되어서 밝아지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보호자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힐끗 돌아볼 것만 같던 환자의 보호자가 처음에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병원을 다녔는데 1~2주가 지나자 검은뿔테,삼선슬리퍼, 츄리닝 바지, 눌린 머리를 고무줄로 묶은채 상담을 청하였습니다. 엄마의 병실은 다인실이었고, 보호자 침대는 옆으로 웅크려서 겨우 잘만한 아주 작은 침대였고, 환자를 위해 셋팅된 병실은 보호자에겐 너무 불편한 공간이었던 것이죠. 깔끔하게 차려입은 슈트의 남편도, 색바랜 청바지에 흰운동화가 잘어울리던 아들도 엄마의 입원기간이 길어지면서 변하게 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보호자 침대, 그 좁은 공간에 함께 앉은 언니들과 동생들은 기도도 하고 함께 웃음꽃도 피우고, 그리고 울기도 하는 모습에서 때때론 가족의 사랑들을 느끼기도 했지만 때론 큰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여성은 행복해야한다고… ‘

건강은 행복의 어머니

담당병동주치의라고 외래 시술방에서 근무하던 나를 알아보시곤 찾아와서 반갑게 인사하시던 한 분은 나에게 물었습니다.

“가발인데, 혹시 티가 많이 나나요?”

“아뇨, 전혀 못알아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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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다행입니다.”

가발이 잘어울린다는 말에 기뻐하던 소녀같이 미소짓던 그 분의 모습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가발이 잘 어울려서 기뻐하셨다기보다 치료에 효과가 좋으셨던 분이었기 때문에 가발도 구입하고 하셨던 것이었죠.

여자의 일생, 앎 (KBS 스페셜, 12/20일 방영분)

최근 KBS에서 방송한 여자의 일생, 앎 을 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수련의 시절에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해 계신 분들을 회진 돌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재발하고 입원하신 분, 젊었기에 암일리 없다고 생각했었던 분, 딸의 결혼식까지만  살고 싶다던 분, 코끝이 찡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 탓에 회진이 늦어지고 일이 늦어진 것은… 죄송합니다.)

그 때 보았던 환자분들과 아래의 영상에서 나온 故김현정 님은 무척 비슷했지요. 두건으로 감싼 머리, 진한 피부색, 항암제로 인한 손가락의 부작용. 보는 내내 눈물이 글썽글썽, 콧물이 주르륵주르륵…

전체 영상 보기 : 보러 가기

건강은 행복의 어머니이다‘라는 말을 종종합니다. 그리고 저는 수련하는 동안 느꼈습니다. 어머니의 건강은 행복의 근원이라고… 건강이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건강은 더 큰 행복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건강의 기본은 무병(無病)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아이디를 포해피우먼 이라고 정했는 만큼 더 많은 여성이 건강하고 무병할 수 있도록 많은 의학정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유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건강을 기반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원하겠습니다.


제 딸, 제 아내, 저의 어머니, 저의 할머니 그리고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길 늘 기원하며 제가 의사로서 도울 일이 없기를 늘 기원합니다. 마찬가지로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과 가족분들도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모든 여성이 건강해져서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 없는 그 날, 그리고 모든 여성이 건강해서 행복해지는 그 날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이상 포해피우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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