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남자 vs 남자지만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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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남자 vs 남자지만 의사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꾸밈없이 담아내기 위해서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은 점,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앱 ‘굿닥’에 파일럿형식으로 굿닥터라는 콘텐츠가 생겼고, 나는 운이 좋게도 마케팅 팀장님 눈에 띄어 굿닥에 연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연재뿐만 아니라 ‘개인 가치관과 나의 삶’에 대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마케팅팀장님이 나에게 질문하였던 내용 중 하나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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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산부인과 의사여서 힘들었던 적 없었나요?

저출산율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시대 정황상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숫자가 많이 줄었다. 2001년도만 해도 270명이었던 전문의 배출 수는 2017년도 100명이 될 정도로 많은 감소가 있었다. 더불어 배출되고 있는 남자 전문의수는 현저하게 줄어서 한 해 100여명의 신규 전문의 중에서 30명 내외 정도만 남자이다. (2017년도 100명 中 25명) 내가 수련 받았던 곳에서도 위로 3년, 아래로 3년, 내가 해당된 년차까지 포함하여 총 7년간 수련 받았던 전체 전공의 80 여 명 중 남자는 고작 8명으로 10%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소수의 인원으로 줄어든 ‘남자’산부인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 전공의 시절에는 교수님 대다수가 남자여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고, 남자 의사라고 차별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은 먼 곳에서 담당교수님(남자)에게 진료를 보러 왔기 때문에 전공의가 남자이건 여자이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실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심지어 분만할 때 ‘내진’을 해야 하거나 ‘분만 준비’를 할 때에도 ‘여자 선생님’만을 요구하는 환자는 사실 없었다. 하지만 아주 약간 불편한 눈빛은 늘 감수해야만 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여성 비뇨기과의사 선생님께 온기 따뜻한 표정을 보낼 자신은 나도 없다.)

어느 과이든 환자로서 진료와 검사를 받을 땐 불안하고 불편하기 마련인데, 회음부를 검진해야 되는 경우엔 불안감과 불편함이 증폭되고 진료 보는 의사마저 남자이면 불안감과 불편함이 절정에 달하는 것 같다. 모든 선생님들의 경험과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험과 생각을 조금 풀어볼까 한다.

1. 남자의사의 여성 검진

💬난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남자이다 보니 여성에게 있는 자궁, 질과 난소는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월경을 글로 배웠으며, 생리전 증후군의 증상, 난임 시술에 수반되는 심신의 고통, 산모의 불편함, 진통, 출산의 경험, 모유 수유의 어려움, 갱년기 증상, 폐경시 마음 변화 등과 같은 여성들이 겪는 일들을 글과 환자의 설명을 통해서 배웠다. 나에게 “꼭 겪어보아야 아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친구도 있지만, 직접적인 경험은 전혀 없기에 검진을 하거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할 때는 더 조심스럽다.

특히, 검진을 할 때면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더 조심하려 노력한다. 나의 평소 습관, 평소 말투, 평소 표정인 나의 모습이 검진대 (a.k.a 굴욕의자)에 앉아있는 분에게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상담을 할 때와 달리 검진할 때는 커튼 아래로 눈이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지라도, 탈의한 상태에서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한다. 옆에 보조원과 농담은 절대 나누지 않으며 의심을 살 만한 대화는 절대주고 받지 않는다. 그리고 검진대 앞에서의 설명은 꼭 필요한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하의를 입지 않은 시간을 최대한 줄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하의를 탈의하고 있다고 해도, 검진용 치마는 입고 있고,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산부인과 의사가 그렇게 하리라 생각하지만, 난 남자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보호자가 없을 때 검진, 내진 등을 할 때는 환자와의 눈빛 교환만 피하면 됐었다. 하지만 보호자가 있는 경우에는 보호자와의 반신반의하는 눈빛을 감수해야만 했었다. 지금은 산모 진료를 보지 않지만, 산모가 분만이 잘 진행하지 않을 때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20-30분에 한 번씩 내진을 할 때가 있었다. 보호자의 시선에서 왠지 모를 차가움이 느껴졌다. 당시에는 그냥 ‘조금 불편하신가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남자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안 좋은 주제는 구글 검색이나 유튜브, 네이트판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읽어보고 동영상을 시청해보고 난 후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몇몇 영상은 의학 지식 없이 의사를 사칭하며 거짓으로 만들어져 있는 영상도 있었다;;;)

2. 선생님이 더 자세히 본걸요…

전공의 때였다. 담당하고 있던 수술 상처부위를 살펴보고 질(vagina)쪽 드레싱을 위해서 처치실로 환자를 불렀다. 산부인과는 일반 병실과 다르게 바지로 된 환자복이 아니라 치마로 된 환자복을 보통 입곤 하는데, 그 환자는 이상하게 바지만 달랑 입고 있었다. 치마를 입고 있으면, 속옷만 탈의하고 의자에 앉으면, 치마를 걷어 올리고 검진을하면 되는데, 바지는 탈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바지 입으셨네요?”
“치마보다 바지가 편해서요~”
“아… 그럼 환자분 제가 잠깐 밖에 나가 있을테니 바지를 탈의하시고, 검진대 의자에 앉아 있으세요.”
“선생님께서 제 남편보다 더 자세히 본 걸요ㅎㅎㅎ”

농담 반, 진담 반 같은 말씀을 하시곤 주섬주섬 바지를 벗기 시작하시는데, 갑작스러운 행동에 민망해진 나는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속옷을 벗을 때 남자 앞이라서 부끄러우실까 싶어 자리를 비켜드릴려고 했던 것인데, 정말 순수하게 나를 ‘산부인과 의사’로 봐주었던 것이었다. 어찌 보면 내가 “남자 산부인과 의사라면 무조건 싫어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갇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3. 전공의 시절에 암환자를 보면서…

💬잘 치료 되실 거에요~!

전공의 시절에는 항암을 위해 입원한 암환자를 담당해서 볼 때가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서 20년간 컸던 내가 항암제로 빠진 머리를 가리고 있던 노령의 환자분들은 손을 잡아드리곤 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유난히도 암환자분들은 남자인 나의 따뜻한 손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6명이 있는 다인실에서 한 환자분에게 손을 잡아드리며 말씀을 하고 나면, 옆에 환자분들이 “저도 잡아주세요…”라고 말씀하셔서 방에 계시던 여섯분의 손을 다 잡아드리고 나온 적이 꽤 있었다. 한 분 혹은 두 분을 제외하면 내가 담당하던 환자도 아니어서 왜 입원해 계시는지도 모르던 환자였다. 의학적인 치료효과는 없겠지만 왠지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고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방에 계시는 모든 환자분들의 손을 잡아주었다고 말하는 후배 전공의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자랑x100000)

4. 전공의 시절에 외래 환자를 보면서…

입원한 환자 중에는 나를 반겨주시던 환자분들도 있었지만, 외래에서 진료를 보고 시술을 할 때에는 전혀 달랐다. 지정 교수님의 진료를 받고 시술을 받거나 검사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하기 위해 방문한 분이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는 여자선생님께 진료보려고 여자교수님으로 예약하고 진료 본 것인데, 다른 분이 해주시면 안되나요?”

여자 선생님께 진료보고 싶어서 담당 교수님을 정했기에 합당한 요청이라고 생각했었고, 병동에서 다른 업무로 바쁜 동기 레지던트에게 연락을 했다.

“나 한번만 도와주라. 환자가 여자 선생님에게 시술을 받고 싶대…”
“왜? 우리 병원에 그런게 어딨어?”
“여자 선생님을 원해서 여자 교수님으로 정했다는데, 시술을 남자가 하는 건 이상하자나…”
“알았어. 내려갈게!”

다른 전공의가 와서 도와드릴거라 말씀드리고, 내려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음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그 결과 환자분은 특별히 큰 불만없이 귀가하시게 되었다. 몇 개월 동안 있으면서 딱 1번 있었던 일인데 기억에 오래 남는다.

5. 대학병원 이후 …

대학병원이 아닌 곳에서 환자를 볼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질식 초음파(transvaginal USG)를 보려고 하거나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려고 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동의가 필수였다. 병원에 오신 분들이 나를 남자가 아닌 산부인과 의사로서 날 봐주어야만 진료가 가능했다. 남자 밖에 없는 것을 알고 외래 접수를 취소한 분도 있었고, 검진 등을 계획하고 방문했으나 상담만 받고, 여자 검사자가 있는 검사만 시행받고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 특히 그렇게 헛걸음치신분이 여러 명이 있는 날엔 사실 잘못한 것 하나 없어도 허탈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든다.

내가 산부인과 의사가 된 이유

하지만 나는 여성의 삶의 시작과 끝을 케어하는 산부인과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여성의학이라는 방대한 학문을 어떻게 쉽게 잘 설명드려서 여성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전 연령에 걸친 모든 여성의 건강을 총괄하는 센터 역할을 산부인과가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진료를 통해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환자의 수가 적음은 참 아쉬운 점이다.

6. 나의 아내는? : 남자의사 vs 여자의사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은 있지만, “내가 진료보면 전인적 치료이고, 다른 남자 선생님들은 사심에 가득 찬 진료를 볼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내의 첫째 임신 당시에 담당해주실 교수님을 정하였을 뿐, 성별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아내도 같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출산 당시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진료 스타일, 성향 등을 고려해서 같이 결정하였다. 하지만 다른 많은 남편들이 느끼듯 “여자 선생님께 진료 받으면 좋을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해본 적 전혀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여담이지만, 분만과 수술 당시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일 때, 남자 선생님들의 악력이 때때로 효과적일 때도 있긴 하다. 물론, 남자가 여자보다 악력이 강하단 법칙도 없고, 분만과 출산에 악력이 필수 요소는 아니다. )

7. 글을 마치며…

남자의사가 친절하게 진료를 본다거나 실력이 좋다는 말을 하기 위한 글이 절대!! 아니다. 목욕탕이나 탈의실에서 만날 것만 같은 남자 비뇨기과 선생님 앞에서도 나의 은밀하고 중요한 부위를 노출할 때는 편안하지 않고, 담당선생님이 여자 비뇨기과 선생님이라면 단 0.0001%의 사심없이 중요 부위를 검진하는 것을 잘 알지만 꽤나 불편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남자지만 의사”인 나에게 진료를 보러 오신 분들에게는 그만큼 보답을 해드리려고 더 노력한다.

본인에 상태에 대해서 고려해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실력, 거리, 의사의 성별, 친절함, 진료 시간대)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여자 비뇨기과 선생님들은 남성의 비뇨기 질환만 보는 게 아니라, 소아의 비뇨기 질환, 여성의 비뇨기 질환(요실금, 배뇨장애, 과민성방광, 성기능장애, 골반장기 탈출증 등)을 함께 진료한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꾸밈없이 담아내기 위해서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은 점,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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