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선택

임신준비 어디서 해야 해? (동네 병원 vs 대학 병원)

‘임신 준비’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막상 무엇부터 준비할지 잘 모릅니다. 가장 좋다고 알려진 ‘유명한 대학병원’부터 가보면 될까요? 제 주변 분들도 종종 물어보시는데, 그때마다 저는 한마디로 일축합니다. “일단 가까운 병원에 가보세요. 그러면 맞춤 상담을 받으실 수 있을거에요.” 어찌 보면 매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 없이 상담만 하게 되면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기본적인 피검사, 자궁경부암 검사 등 필요한 검사를 하면 건강에도 좋으니깐요. 현재 눈에 띄는 증상은 없지만 임신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준비의 시작은 의사와 면대면 상담으로 추천드립니다.

임신준비 해볼까? 임신 준비 – 위대한 엄마의 시작


33세 아내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 남편

아침이 밝고 깨어난지 얼마 안 되어
눈을 비비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다가왔다.
그녀의 해맑은 미소.
무언가 말할 것이 있는 표정이었다.

“여보… 산부인과 어디로 다닐까?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은 멀어서
내가 다니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새로이 자리 잡은 곳도 분만을 하긴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오라고 할 수 없었다.
산부인과 의사도 모든 산부인과를 알 수는 없다.
집 주변 산부인과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모른다’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와이프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하였다.

“여보는 병원 선택의 자유가 있어!!!
네O버 찾아보고 맘 카페 먼저 가입을 하는 거야!
그리고 추천하는 곳에 가면 돼~”

“남편님… 내가 이러려고 이 이쁜 남편이랑
결혼했나 자괴감이 매우 들어…”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조금만 찾아보고 알려줄게…”


인터넷 검색에 앞서 우리 상황을 알아보자

임신준비 인터넷 웹사이트 검색 대학병원 검색

산모가 아니기 때문에 검진 개념의 진료를 위해 휴가를 신청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상황 및 근무형태를 고려해서 평일에 방문이 힘들다면, 심야 진료를 하는 곳인지, 주말 진료를 하는 곳인지도 확인하시고 정하면 좋습니다. 억지로 시간 맞춰서 다니는 병원보다는 진료시간이 본인에게 맞는 병원이 더 좋습니다.

  • 참고로, 임신 중에는 임산부 정기 건강진단을 받는 시간을 보장하도록 되어있습니다.1
  • 평일에도 가능하다면 보건소도 좋습니다.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상당한 수준의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병원을 고르는 방법에 정석은 없습니다. 일종의 서비스(service)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되지만 제가 생각해본 병원 결정의 고려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예비 산모의 건강상태 (출산력, 기저질환, 가족력, 나이 등등)
  • 병원과의 거리
  • 진료에 가용 가능한 시간
  • 개인적 선호도 (대학병원, 전문병원 등)
  • 평판
  • 여의사 진료 여부

대학 병원에 가는 것이 능사만은 아니다.

본인이 고위험 임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대기시간도 길고, 방문하기도 어려운 대학병원에 찾아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35세 이상의 산모는 고위험임신으로 분류가 되어있기는 하나, 최근 출산연령이 늦어지고 있어서 대부분의 병원에서 문제없이 진료가 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가족 중에 선천성 기형 병력이 있거나, Rh- 혈액이거나,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다거나, 이전 임신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우,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진료과와의 협력이 필요할 수 있어서 큰 병원에 다니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임신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라면 가까운 병원을 우선 택할 수도 있습니다.

고위험산모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 고위험 산모는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임신을 하게 되면 고위험 산모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위험 산모

  • 산모의 나이가 19세 이하이거나 35세 이상인 경우
  • 본인이나 직계가족의 유전적 질환이나 선천성 기형 병력
  • 임신 중 감염 (풍진, 수두, C형 간염, 매독, HIV, CMV 등)
  • 흡연, 알코올 중독인 경우
  • 과도한 저체중 또는 비만인 경우
  • 산모가 Rh- 혈액인 경우
  • 다량의 자궁근종이나 자궁기형이 있는 경우
  •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과적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
    •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간질, 신장질환, 갑상선 질환, 자가 면역 질환 등
  •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
    • 간질약, 면역억제제, 항응고제 등
  • 과거 임신력 또는 출산력상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
    • 기형아 또는 염색체 이상 태아를 임신, 반복적 유산 또는 조산, 조기 진통,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임신/출산은 위험한 순간이다.

임신준비중 분만은 고위험. 그런 경우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분만을 더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여러 명의 의료진이 대기를 하게 됩니다.

과다출혈과 모성 사망 등으로 인해서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여성의 몸이 많은 점에서 바뀌기 때문에, 아기를 만나는 행복한 순간이면서 위험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대학병원이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24시간 충분한 수술 인력과 마취 인력, 원활한 혈액 공급, 중환자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려움이 많이 없어지게 되지요. 대학병원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으로 OECD 평균에 비해 모성사망비가 낮아졌고, 대부분의 건강한 산모는 특별한 일 없이 순산하기에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2017년도 모성사망자 수 28명, 출생아 10만 명당 7.8명 (출생아 수 35만 7천7백명)
  • 2016년도 모성사망자 수 34명, 출생아 10만 명당 8.4명 (출생아 수 40만 6천2백 명)
  • 모성사망비는 24세 이하에선 아무도 없었고 40세 이상에선 15.9명으로 가장 높음. (2017)
  • OECD 국가 간 모성사망비 비교 시 OECD 평균 8.2명에 비해, 한국은 7.8명으로 낮은 수준임21558589213428

산부인과라고 적혀 있는데…

간판에는 산부인과라 적혀 있어도 임신과 관련된 진료를 안 할 수도 있습니다. 부인과 검진과 수술 등을 위주로 하는 병원이 계속 늘고 분만병원은 줄고 있기 때문인데, 대부분 선생님은 임신 관련 검사 및 상담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임신을 위해서 찾아가는 병원인 만큼, 임신에 대한 검진 및 상담이 가능한 지 미리 확인하면 더 좋습니다.

기본 검사는 하고 임신을 시도해보자.

임신 기본 검사

거리가 가깝고 진료를 볼 수 있는 시간에 외래가 있는 병원을 우선 방문해서 일단 상담을 나눠보세요. 어떤 검사를 하고 안 하고는 담당 선생님과의 결정에 따라 그리고 본인들의 가치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초음파 및 혈액검사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여성이 아무 문제 없이 임신과 출산을 하지만, 모르고 있던 질환으로 임신이 늦어지는 등 임신에 문제가 생기면 추후에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아기를 위해서 기본검사는 추천드립니다.

  • 35세 이전에는 1년간의 정상적인 성생활 후에도 임신이 안되면
  • 35세 이후에는 6개월간의 정상적인 성생활 후에도 임신이 안되는 경우, 난임 전문병원 진료를 고려해보세요.
  • 그 외 부부가 다른 질병이 있다면 더 일찍 진료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여자의사 vs 남자의사

산부인과 남자의사 여자의사

요즘엔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산부인과 여의사가 많기에 여의사에게 진료를 보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따라서 야간에는 남자 선생님만 당직 서는 곳이 있어서 ‘응급하게 진행된 분만에서는 남자 선생님이 분만을 받을 수도 있다’라는 점은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갑상선 질환이 있어서 약을 먹으니깐 대학병원을 가야 할까?’ ‘자궁근종 수술을 예전에 했는데, 자연분만이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 ‘생리가 불규칙해서 2~3달마다 하는데 난 괜찮은 건가?’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보아도 결정이 힘들 수 있습니다. 잘 모르겠으면 산부인과에 방문해서 산부인과 선생님과 상의를 해보세요.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개개인에 맞춰진 상담이 아니고, 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상담이 아니어서 정확할 수 없습니다. 병원을 방문하여 본인의 현재 상태에 대한 상담과 검사를 받은 후, 임신 후 다니게 될 병원을 상의 및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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