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수기공모전에 참가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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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앞서 수기 공모전에 참가할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신 워킹맘님께 감사함을 표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육아대디입니다. 육아대디로서 가장행복한 순간이 언제였을까 생각해보았을때 ‘산부인과의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육아대디가 되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가장 행복했었던 아기의 출산 순간

행복했었던 아기의 출산 순간은 마냥 웃음만 넘치진 않았습니다. 제가 수련받던 공간에서 아내가 누워서 분만을 준비하고 있었고, 순산을 기대하고 있던 저의 바람과 달리 자궁문은 전혀 열릴 생각을 안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웃고있던 아내의 웃음은 서서히 사라지고, 아프지 말라고 해놓은 무통주사는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라고 아파하는 산모에게 도와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옆에서 ‘뭐’마려운 강아지처럼 왔다갔다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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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에 임박하면서…

그래도 다행히 자궁경부는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완전히 다 열리게 되어 이제 아기만 내려오면 되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아기만 괜찮으면 문제가 없었는데, 이때부터 아기의 모니터가 안좋아졌습니다. 모니터가 안좋아졌을때, 저의 표정은 밝을 수가 없었습니다.

중이 자기머리 못깍는다더니…

모니터가 안좋은 것을 보고, 의료진에게 알려주기만 하고 저는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같은 의국에서 수련받았던 의국후배들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급격히 진행한 분만에서는 아기모니터가 안좋아지는 일은 비일비재한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내 아기의 모니터가 안좋으니 참 마음이 불편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분만은 급격히 진행되어 분만실로 옮기게 되었고 저도 분만실로 들어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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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옆에 서서…

분만을 할때, 산모가 눕고 의료진은 아래쪽에서 아기가 나오는 것을 받습니다. 밑에 회음부를 절개하고 꼬맬때도 산모의 아래쪽에 앉아서 시행하게 되지요. 그리고 교수님의 수술 어시스트를 설때도 산모의 아래쪽에 같이 서 있습니다. 아래쪽에 있으면서 산모의 남편에게
“산모 머리받혀주세요, 산모 심호흡하도록 도와주세요. 이제 아기 사진찍어도 좋습니다” 말을 해주고 했었는데, 이제는 아래쪽에 있는 분만을 받는자의 입장이 아니라, 산모의 머리맡에 서 있으니 느낌이 참 남달랐습니다. 아마 이런 감정은 한국에 정말 몇안되는 남자들만 느낄 것입니다.(ㅎㅎㅎ 워낙 젊은 남자산부인과의사가 적으니깐요…)

옆에 있는 동안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혹시 너무 많이 찢어졌으면 어떡하지. 출혈이 너무 많으면 어떡하나… 수혈해야한다고 하면 어떡할까… 자궁수축이 안된다고 혈관을 막거나 수술해야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기는 나오면서 울긴 할까?

아기는 잘 울며 나왔다. 하지만?

다행히 아기는 세상 빛을 보면서 바로 울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는 그 울음은 정말 반가운 소리입니다. 아기가 잘 울고 팔다리에 힘이 있다는 것만 해도 어느정도 건강함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기는 팔다리에 힘을 꽉주고 주먹을 쥔채로. “으앙”하는 소리를 내며 세상에 나왔습니다. 일단 한시름을 놓았습니다. 이젠 산모에게서 태반이 잘 나오면 된다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태반은 무사히 잘 나왔습니다. 하지만 자궁수축이 안좋은지 자궁수축제를 가져다 달라고 말씀하시는 교수님의 말씀이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수축제는 문제없이 투약이 되었습니다. 자궁 수축이 되면서 출혈이 멎어 들었고, 교수님은 회음부를 꼬매기 시작하셨습니다.

아… 일단 와이프는 괜찮아 졌고

아내의 분만과정이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자, 저는 출산한 우리의 아기가 떠올랐습니다. 간호사님들의 초기아기평가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손가락 개수도 새고, 입천장도 확인하고, 손바닥도 보고, 척추도 쭉 살펴보고, 항문이 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볼때 저도 저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정밀초음파때 정상이라고 판독해서 자잘한 기형이나 혹 들은 있을 수 있는 것을 많이 경험해보았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기의 몸이 처음에는 전체적으로 보랏빛이어서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차차 분홍빛으로 바껴가기 시작했습니다.

전공의 수련을 하는 동안…

아마 수백명의 아기의 탯줄을 잘라주었던 것 같습니다. 수술할때도 자르고, 분만할 때도 잘랐던 다른 산모님들의 아기 탯줄들. 그렇게 많이 잘라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아기의 탯줄을 자를땐 손이 바르르 떨렸는지, 가위가 잘 안드는 것 처럼 안 잘리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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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실을 떠나며…

회음부 절개를 마무리하는 동안 저는 아기와 함께 신생아실로 가기 위해 분만실에서 나왔습니다. 바깥에서는 장모님이 기다리고 계셨고, 곧 나올거라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고 신생아실로 함께 갔습니다. 산부인과의사로서 도움이 된것 이 순간밖에 없지 않았나… ” 곧 나올거에요. 신생아실 같이 갔다오시죠”

아기와 산모 모두 아무 문제 없이 퇴원하였습니다.

어느새 200일을 맞이하면서…

아기가 오늘 200일이 되었습니다. 이때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7개월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 아플 일이 많고, 우리 부부에게 눈물 날 일이 많겠죠. 그래서 항상 아기에게 말합니다.

“이제 이유식 다먹었으니, 시집가자~”
“이제 기기 시작했으니, 시집가자~”
“이제 스스로 앉았으니, 시집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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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집 갈려면 멀었겠죠?? 시집갈때까지 조금만 아프면 좋겠고, 조금만 다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1분1초 모든 시간이 행복한 순간입니다

다소 육아일기랑은 거리가 멀다면 멀수도 있는 내용 같지만, 육아대디의 시작에 대한 내용을 한번 써보았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주말은 육아로 바쁜데, 마눌님 허락하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마눌님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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